망년필의 탄생
여러분은 혹시 일본에서 한 해의 마지막 만년필을 부르는 특별한 이름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망년필'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저의 망년필 자리를 꿰찬 주인공을 드디어 소개할 시간이 왔답니다. (아마도 3일 만에 또 다른 펜을 사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선택한 펜은 세일러 시키오리 동화시리즈 중 '은혜갚은 학(프로기어슬림)'입니다. 시키오리 시리즈는 펜과 잉크 모두 정말 예쁘기로 유명하죠.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여름의 '직녀'와 겨울의 '은혜갚은 학'을 오랫동안 눈여겨봤는데, 이번에 좋은 가격으로 '은혜갚은 학'을 품에 안게 되었어요. 캡 안쪽에 약간의 착색이 있었지만, 워낙 저렴하게 구매했고 티 나지 않는 부분이니 대만족입니다!
동화시리즈는 모두 금장 마감인데, 여기에 하늘색 바디가 더해지니 마치 첫눈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조합이에요. 파스텔톤의 연하늘색 바디에는 아주 미세한 펄이 반짝이는데, 이 오묘한 매력은 사진으로 다 담아내기가 어려울 정도랍니다. 이 아름다운 색감을 꼭 자연광 아래서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구성품은 언제나처럼 펜과 컨버터가 함께 왔어요. 뚜껑의 세일러 닻 모양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네요. 프로기어 슬림 바디는 작은 편이지만 닙은 그에 비해 꽤 큰 편이랍니다. (참고로, 진하오 82의 작은 닙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 느껴져요.)
펜을 받자마자 친구 집에서 급하게 잉크를 채워야 했기에, 친구가 가지고 있던 이로시주쿠 '월야'를 잉크했어요. 놀랍게도 이 블루블랙 색상이 은혜갚은 학과 정말 잘 어울려서 다음 달 다이어리 펜으로 당첨되었습니다! 밤하늘을 닮은 월야의 농담과 적테는 언제나 매력적이죠.
동화시리즈는 모두 MF닙으로만 출시되는데, 다행히도 이 닙이 제가 가장 선호하는 필기감이에요. 세일러 특유의 사각거림이 살아있으면서도 다듬어진 듯한 필감이 일품입니다. MF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세필이라 작은 노트나 다이어리에 쓰기에 최적의 굵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세일러 펜과 비교해봐도 QC가 안정적이어서 필감 차이가 거의 없더라고요. 유럽 EF닙보다도 세일러 MF가 더 얇게 느껴질 정도니, 진정한 세필을 원한다면 일본 펜을 선택해야 한답니다!
비슷한 색감의 펠리칸 M200 파스텔 블루와도 비교해봤는데요. 크기나 금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격대와 닙 재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M200은 스틸닙인데 비해 프기슬은 14K 금닙이죠. 직구 시 프기슬이 1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오니, 가성비와 안정적인 QC를 고려하면 프기슬이 압승입니다! 다만, 프로기어 슬림은 바디가 작아서 손이 큰 분들에게는 안정감이 부족할 수 있으니 이 점 꼭 고려하세요.
개인적으로 국내 정발가는 비싼 편이라 직구나 중고 구매를 추천합니다. 그래도 20만원대 초반에 14K 금닙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혜자로운 선택이죠! 내년 첫 만년필은 무엇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여러분도 현명한 소비로 즐거운 만년필 라이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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